하찮은 민족유산일지라도 보전하여 보는이들의 역사의식과 문화의식을 높이는 동산도기박물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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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으로 만나는 동산도기박물관
  글쓴이 : 김진호 날짜 : 06-05-12 21:26     조회 : 6546    

박물관은 주민들의 동네사랑방
[오마이뉴스 2003-07-19 21:12]
▲ 이정복 관장
ⓒ2003 권윤영
병원장과 박물관장. 자칫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이 두 가지의 타이틀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이색 이력의 소유자가 있다. 주인공은 동산도기박물관(대전 도마동)을 운영하는 현직 소아과원장이다. 물론 운영하는 박물관은 무료다. 이쯤 되면 그 사연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이정복(51) 관장이 지난 97년 3월에 개관한 동산도기박물관은 외형과는 달리 박물관 안에 들어서면 전시물의 내용과 방대함에 놀라게 된다.
3개의 전시실에 토기전시실, 질그릇과 옹기 전시실, 민속품 전시실을 갖추고 약 3000여 점의 유물과 민속자료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다소 딱딱한 이미지의 다른 박물관에 비해 동산도기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진열되어 있는 유물을 누구나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는 것.
“대학생 때부터 수집벽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수석을 모았는데 의사가 되고 나서부터는 일요일, 공휴일에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민속품, 골동품을 수집하러 다녔어요.”
그가 수집을 시작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던 아버지가 토기를 한 점 한 점 수집해 학교에 기증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 나이에 ‘나도 수집을 해서 학교에 기증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는 지난 92년 꿩, 비둘기, 다람쥐 등의 박제를 20여 점 수집해서 아들이 다니던 한밭초등학교에 기증하기도 했다.
대부분 수집가들이 화폐가치가 높은 유물을 수집하는데 비해 이 관장은 토기나 질그릇과 같은 수천 년 간 사용돼 왔으면서도 쉽게 잊혀져 가는 일상생활용기를 수집했다.
“쉬는 날이면 차를 타고 전국을 떠돌며 수집을 시작했어요. 수집한 물품들은 집으로 옮겨 먼지를 털어내고 깨끗이 씻어냈습니다. 쾌쾌한 냄새, 쥐 오줌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유물들을 안방, 아이들 방, 베란다 곳곳에 넣어 놓다가 여의치 않아 형님 집 지하 창고에까지 보관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그동안 많은 구박을 받았다며 허허 웃는다.
그의 아내도 처음에는 반대를 했지만 차츰 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지난 86년부터 시작한 수집품들의 양이 점점 많아지면서 전시관 개관을 결심한 그에게 그의 아내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 개관할 때부터 지금껏 박물관 관리를 해주고 있다.
“박물관장과 병원장이라는 2개의 직책을 갖고 있다는 게 사실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활동하지 않는 죽어있는 박물관이 되지 않으려고 매년 주제를 정해서 특별전을 열고 있습니다.”
2000년에는 전통 화로 특별전을, 2001년에는 질그릇 특별전을, 지난해에는 우리 옛 돌조각 특별전을 열었다. 올해에는 오는 8월 4일부터 23일까지 고려시대 청동사발부터 근래에 이르는 놋그릇을 모아 ‘유기 특별전’을 열 계획이다. 매해 특별전마다 도록과 포스터, 기념엽서 등도 자비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 전시 유물
ⓒ2003 권윤영
“사립박물관은 지원이 전혀 없기에 관리 면에서나 비용 면에서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특별전을 개최하려고 해도 국립박물관은 유물들을 임대해서 개최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이 소규모 사립박물관은 쉽게 임대를 받을 수 없는 처지입니다. 그렇기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매년 2~3년 후의 특별전을 염두 해두면서 수집을 한다는 이 관장은 내년에는 ‘조선시대 사발전’을 내후년에는 질그릇 명품전을 위해 계속 수집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유물들로 인해 좋은 시설을 갖춘 건물을 건축해 박물관을 운영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아쉬워하던 이 관장은 여력이 없으면 대학박물관이나 공공단체에 기증할 것이라고 말한다.
“저에겐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 직업이 의사이다 보니 남들은 소일거리로 박물관을 관장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어 문화관광부 장관이 발급하는 박물관 및 미술관 학예사 자격증까지 받았어요. 일반 국립박물관이나 대전시립 미술관의 학예사와 같은 것이죠.”
의사 자격증보다 학예사 자격증이 훨씬 자랑스럽다는 그는 박물관이 결코 엉터리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바쁜 생활 속에도 틈틈이 도자기, 토기, 민속품 공부를 많이 하고 있으며 관련 서적도 많이 읽고 있다.
"하나를 구입할 때에도 열 번씩 생각하곤 합니다. 이곳에 전시된 유물들 하나하나가 전부 다리품을 팔아서 장만한 것이기에 애착도 상당합니다. 전부 저의 땀과 정열이 서려있는 것들이죠. 동네 주민들이 유물을 보러 와주거나 다른 지역에서도 간간이 찾아오시는 분들을 볼 때 가장 기쁩니다."
일반시민이나 청소년들이 커다란 국립박물관만 찾지 말고 작은 박물관도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는 이정복 관장. 동네주민들의 사랑방을 만들기 위한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수집벽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문의 : (042)534-3453

/권윤영 기자 (anayul2@hanmail.net)